대한불교조계종 강화도 보문사

보문사소개


대한불교조계종 강화도 보문사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흉년이 들고 괴질까지 퍼져 사람들 살기가 무척 어려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문사에도 도둑이 들어 석굴 법당에 있는 촛대며 향로, 다기 등 여러 불기(佛器)들을 몽땅 짊어지고 산을 넘어 도망갔습니다. 이 도둑은 밤새도록 숲을 헤치고 앞산을 넘어 멀리 달려, 자기 생각에 한 백 리는 넘었겠다 싶어 이제 조금 쉬어야지 하면서 짐을 내려놓고 바위에 앉아 땀을 씻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지 풍경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낙가산에서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보문사 뿐인데 웬 일인가 싶어 일어나 주위를 살폈습니다. 아직은 주위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둠 속에 절 전각 같은 건물이 어렴풋이 떠 올랐습니다. 도둑은 낙가산에 자기가 모르는 또 다른 절이 있었구나 싶어 황급히 짐을 둘러메고는 큰 나무 밑을 돌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도량석을 하려고 목탁을 들고 나온 스님이 인기척을 느끼고 자세히 보니 누군가 어깨에 무겁게 짐을 둘러메고 헉헉거리며 느티나무 아래를 뱅뱅 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한눈에 도둑이라는 생각이 들어 살금살금 다가가서 어깨에 맨 짐을 나꿔채며 소리쳤습니다.
"이게 뭐냐?"
도둑은 놀라서 그만 땅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붙잡고 보니 그 사람은 전날 저녁에 절에 와서 하룻밤 유숙을 청하던 길손이었습니다. 스님은 그 사람을 일으켜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타이르며 말했습니다.
"하룻밤 인연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거늘, 부처님 도량에서 쉬어가는 이 막중한 인연을 어찌 그렇게 나쁘게 짓는단 말이오?" 그 사람은 꿇어 앉아 용서를 빌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도둑질이 큰 죄인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살아갈 수가 없어 나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흉년으로 곡식 한 톨 없는 데다 괴질로 사람들의 내왕이 없어 살아남기가 어려운 형편인데 집에는 늙으신 부모님과 어린 처자식이 굶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양식을 구하려고 하루종일 헤맸으나 밤이 깊어져만 가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일, 저 또한 배고프고 피곤하여 하룻밤 유숙을 청했던 것입니다. 자비하신 스님 덕에 저는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었지만 집에 있는 가족 생각이 나서 마음은 조금도 편치 않았습니다. 스님들에게 무엇을 좀 청해볼까 생각도 했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불안하여 안절부절하다가 그릇 등을 훔쳐다 팔면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어리석음을 내고 그만 큰 죄를 지었습니다. 스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 사람은 흐르는 눈물을 닦는 손을 번갈아 빌면서 스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사람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스님,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정말로 부처님의 영험이 무서운 줄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 놈이 훔친 물건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 죽도록 도망갔습니다. 한걸음도 쉬지 않고 줄곧 주위가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앞만 보고 뛰었는데 나중에 보니 절 마당에서 느티나무만 끼고 밤새껏 뱅뱅 돌았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저를 그렇게 붙잡아 놓으신 것 같습니다. 스님, 이제부터는 생각으로도 죄를 짓지 않겠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하리다. 그런데 내가 용서 한다고 오늘의 잘못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오. 당신의 마음 속에서 다시는 나쁜 생각이 일어나지 않아야 비로소 용서가 되는 것이오. 도둑질하는 과보(果報)는 참으로 무섭소. 내생(來生)에 지옥고나 아귀고를 받게되고 그 뱃속은 항상 비어 있어 늘 배고픈 상태에 있게 되오. 그것이 끝나면 소, 말과 같은 과보를 받아 뼈가 아프도록 일을 하면서 사나운 매를 맞아야 하오. 인간으로 태어나면 가난하고 비천한 과보를 받게 되며 그로 인하여 쓰라린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요. 과보받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없다고 인과응보를 믿지 않는다면 죄인을 잡아 가두는 감옥이 왜 있는지 쯤은 생각해 볼 일 아니오? 이제부터는 인과 응보가 분명함을 굳게 믿고 가꾸는 일을 힘써 하십시오. 내 얼마간 도움이 되도록 도와 드리겠소."
스님은 자루에 한 자루 쌀을 담고 약간의 노자를 주어 그 사람을 돌려 보냈습니다. 후에 그 사람은 재산을 많이 모으고 보문사의 불사에 큰 도움을 주는 등 독실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보문사 우)23007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보문사Tel. 032) 933-8271~3FAX. 032) 933-8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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